1. 개요
타란튤라를 키웠을 때는 거의 듣지 못했던 단어인 ‘고퀄’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고퀄’ 참, 재미있는 단어입니다. 하이퀄리티(High quality)도 아니고, 고품질도 아닌 ‘고퀄’은 정체성이 모호한 단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전달이 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타란튤라는 품종에 따라 분양가가 정해지며, 동일 품종 내에 분양가 차이를 구분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분양받는 사람들도 개체의 크기나 발색 정도는 가볍게 보겠지만, 그 차이로 분양가 자체를 조정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크레스티드 게코는 같은 모프(품종과 비슷한 의미) 안에서도 분양가의 차이가 큽니다. 개체의 색상, 색상의 분포도, 개체의 체형과 크기까지 여러 가지 기준을 갖고 분양가를 설정합니다.
그래서, 크레스티드 게코를 분양받는 사람들이 분양자에게 가장 많이 질문하는 것 중 하나가 “이 개체는 고퀄인가요.”이다. 개체의 퀄리티를 질문하는 것은 대부분 ‘이왕 키우는 거 좋고, 이쁜 개체를 키우고 싶다.’는 이유에서 일 겁니다.
물론 개체의 퀄리티를 가늠하는 기준을 갖고 분양가를 정하는 브리더도 존재하지만, 퀄리티를 구분하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주관적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고퀄의 개념은 ‘10명 중 8~9명이 동의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품질’입니다. 품질이라는 단어가 보통 물건에 쓰이는 단어로, 생명체인 개체에 사용하기에 부적절한 부분은 있습니다만, 개념 이해를 위한 표현으로 이해 바랍니다. 그렇다면, 고퀄의 기준은 절대적이냐는 질문에 대해 저는 회의적입니다. 물론 브리더로서 개체를 선발하여 번식 및 분양을 생각하는 경우라면 기준을 갖고 개체를 입양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반려동물로 한두 마리 입양하는 경우에는 고퀄을 고집하는 것은 과유불급이란 생각입니다.
분양하는 사람은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고, 만족할만한 형태와 색상을 가진 개체를 번식하여 분양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로 맞이하려는 사람은 퀄리티와 무관하게 자기 눈에 이쁜 개체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놓고 보더라도 미인의 기준아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물며, 이쁘다 하는 연예인도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립니다. 이렇듯 개체를 판단함에 있어 사람마다 기준이 다양하므로, 브리더가 아니라면 자기 마음을 따라 선택하여 입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자기 눈에 맘에 드는 개체가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당하여 다른 개체를 입양하면 미련이 남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2. 반려동물을 입양함에 있어 고퀄이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
왜 분양자들이 권하는 고퀄 개체가 아닌, 입양자 마음에 드는 개체를 선택하라고 하는 것일까요? 고퀄이라고 표현하는 개체는 보통의 개체에 비해 분양가가 높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는 보통의 개체로 분양가가 10만원이고, B는 분양자가 체형과 색상 등의 근거를 들어 고퀄이므로 100만 원이라 합시다. A는 그렇다 치고, B가 100만 원이어야 하는 이유가 납득되어야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납득될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분양자의 말이 신뢰도가 높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입양과정에서 입양자는 분양자가 전문가이기 때문에 고민 없이 절대적으로 신뢰하곤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하고,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개체 중 어느 개체가 더 고퀄로 볼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실제 두 개체는 필자가 입양하여 키우며 찍은 사진입니다. 기억하기론 분양가 차이가 2배는 족히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두 개체 모두 모프는 동일하며, 브리더가 유명하냐 안유명하냐의 차이와 개체가 가진 색조합의 차이입니다.
3. 결론
당신이 브리더라면, 파충류의 경우 유전적요소가 번식과정에서 중요하므로 대중이 좋아하는 요소를 많아 가진 개체를 비싼 분양가를 지불하고라도 입양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브리더가 아니라면 어떠한 형태와 색상을 가진 개체라도 당신이 마음에 드는 개체를 입양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단, 건강한 개체라는 전제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