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뇌가 성장을 멈추고, 스스로가 정체되어 있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압박감이나 강박에 의한 불안함이라기보단... 흔히 말하는 '현타'가 왔다고 하는 게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당분간 독서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면서.... 되새김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포스팅 시리즈를 하나 시작해 볼까 합니다. 당분간 읽을 책은 '화폐혁명'입니다. 실제 구입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몇 장을 읽은 뒤 멈춘 상태였고, 그 책을 다시금 제대로 읽고,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화폐는 몇몇의 강대국으로 주도권이 왔다 갔다 하며, 여러 모양과 형태를 갖게 되었습니다. 사실 화폐는 가치를 저장하고, 그 화폐를 주고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가장 큰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화폐로서의 가치는 흔들리게 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단순히 20세기만 보더라도 화폐가 가져야 할 신뢰의 붕괴는 여러 번 일어났습니다. 20세기 초 가장 큰 사건은 1차 세계대전이며, 그로 인해 패전국인 독일에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습니다. 패전국은 전쟁에 따른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 금액을 마련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던 것입니다. 원래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나 서비스 등을 수출하거나, 자산을 매각하거나 하는 등의 행위로 그 비용을 마련해야 했으나, 아무 생각 없이 화폐 발행량을 늘려 보상금을 마련했습니다. 즉, 종이에 돈을 인쇄해서 보상금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그 결과 독일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현금을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 치명상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거나, 정보를 들은 자산가들은 현금을 부동산이나 귀금속 등으로 전환하여 피해를 최소화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이를 이용해 부를 축적한 이도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무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베트남전쟁을 지나 리먼 사태 역시 비슷합니다. 금융시장의 붕괴 등로 발생하는 비용을 화폐 발행량을 늘려 수습한 것이 불과 15여 년 전의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산가들은 부동산과 금의 보유량을 늘리는 기회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달러의 화폐 발행량이 현재 무섭게 늘고 있습니다. 1920년부터 2008년까지의 발행량보다 2008년 이후의 발행량이 배 이상으로 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일반인이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달러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미국 외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화폐 발행량을 조정해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했을 수는 있겠지만, 달러 그 자체만으로 봤었을 때 1차 세계대전 못지않은 불안함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와 중앙은행, 즉 중앙화된 권력에 의해서 선택된 정책의 결과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리먼 사태에 대해 법률적인 책임을 진 사람도 극히 없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결국은 권력가와 자산가의 게임이었다 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한 대중들의 피해는 막대한데 말입니다. 그에 따른 불만으로 탈 중앙화된 민간에서 인플레이션이 없는 화폐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비트코인이 대표적입니다.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과연 반사회적인 가치저장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독자의 판단이 중요합니다. 현재까지 대한민국의 미디어는 비트코인은 허상이며, 투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독자 역시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바꿔야 생존할 수 있다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강요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권유하고 싶습니다. 거부하다가 한번 고난을 겪고 나서 받아들이거나, 혹은 강제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믿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뭉그적 거리는 이 순간에도 금융강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점차 장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